지난해 미국 반도체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암호화폐 관련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과 변수로 반도체 기업들이 부침을 거듭하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서학개미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1위는 미국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비트마인)다. 이 기간 서학개미들은 비트마인 주식을 3억4371만 달러(약 4778억원) 사들였다. 7위에는 미국 온라인 게임 업체 샤프링크 게이밍(1억2632만 달러)이 이름을 올렸는데, 두 회사 모두 최근 이더리움을 대량 보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어 스트래티지를 기반으로 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인 ‘TIDAL TRUST II YIELDMAX MSTR OPTION INCOME STRATEG’가 8위를 차지했고, 코인베이스에 커버드콜 전략을 적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TD YILDMX CN’ ETF가 10위에 올랐다. 스트래티지는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이는 지난해 서학개미들이 고른 종목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종목 1위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이었다. 이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어 2위 엔비디아, 3위 테슬라, 4위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5위 ‘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ETF’로 1~5위가 모두 빅테크 기업이었다. 반면 엔비디아는 지난 한 달 순매수 순위 13위, 테슬라는 50위 밖이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서학개미의 관심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퇴직연금 401(k) 계좌에서 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코인 투자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코인 현물을 제외하고 다른 암호화폐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없는 국내 환경도 한몫했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에 관한 관심과 함께 현물 기반의 코인 ETF에 국내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수 없다는 점이 더해져 (비트마인 등) 해당 종목으로의 자금이 쏠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