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11~14일 실시)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직전 주보다 5.4% 하락한 51.1%였다. 취임 후 가장 낮고, 2주 전에 비해선 12.2% 포인트가 빠졌다. 더불어민주당도 2주 전 54.5%이던 것이 2주 연속 하락해 이번에 39.9%로 주저앉았다. 국민의힘(36.7%)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이재명정부 5년 국정 운영 청사진이 발표된 지난주에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급락한 것은 이상신호다. 여당이 ‘내란당’으로 폄하하는 국민의힘과 지지율이 비슷해진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결과는 현 정부 국정 운영이나 여당의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따끔하게 경고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실제 최근 여권이 보여준 모습은 하나같이 민심과 어긋났다. 이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을 사면해 비판을 자초했다. 대주주 기준 50억원을 10억원으로 낮추는 정부의 세제개편안도 ‘코스피 5000시대’ 공약과 배치된다는 불만을 샀다. 민주당도 야당이나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더 세진’ 2차 상법 개정안 등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여권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국정 운영이나 정치를 하기보다 특정 세력의 요구를 받들거나 강성층이 좋아할 만한 입법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그러니 중도층이 이탈하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을 것이다.
여권은 지금부터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 운영과 정치를 해 나가기 바란다. 어제 여권의 주요 인사들은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대중 정신’을 기렸다. DJ가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서생적 문제의식’을 갖되 ‘상인적 현실감각’도 발휘하면서 정치하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중도·실용주의에 입각해 때로는 협상하고 유연함을 발휘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념 차이를 뛰어넘은 ‘DJP 연합’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여권 전체가 새겨들을 대목이다. 특정 진영이 아닌 국민 전체의 시각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입법에 있어서도 강성층 요구만 아닌 현실감각도 발휘해야 진짜 민생을 위한 입법이 될 수 있다. 지금같은 일방통행식 정치나 제1야당 대표와 악수조차 안 하는 게 김대중 정신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