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기밀 해제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 문서를 18일 공개했다. 신군부 조작으로 밝혀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의 국내외 상황과 김 전 대통령 사형 집행을 막으려는 미 정부 대응 등의 내용이 문건에 담겨 있다.
국사편찬위에 따르면 기밀 해제된 자료는 종이 상자로 2박스, 3150장 분량이다. 미 국무부 산하 인권 및 인도주의국에서 작성·보관했으며, 1980년 주한 미국대사관이 국무부로 보낸 전문(電文), 내부 문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1980년 11월 10일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과 이에 대한 카터 대통령의 답신 초안 등은 처음 공개된다. 카터 대통령의 답신은 12월 6일 전달된 친서 초고로 추정된다. 국사편찬위는 “카터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가 한·미 관계의 기초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친서 전달을 놓고 진행된 미 정부 내 논의 과정도 담겨 있다. 인권·인도주의국과 동아시아·태평양국이 일부 표현을 놓고 수정을 거듭한 흔적도 있다. 국사편찬위는 “미국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형 집행 방지를 외교 현안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점에서 김 전 대통령 재판을 기록한 문서도 주목된다. 국무부 법률고문실이 1980년 12월 22일 작성한 보고서는 총 56쪽 분량으로 체포 순간부터 재판에 이르는 과정을 정리했다. 재판 참관인으로 파견된 제프리 스미스는 1980년 8월 24일~9월 18일 서울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보고서는 재판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1980년 11월 18일 백악관에서 만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당시 미국 국가안보담당 대통령특별보좌관과 김경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의 회의록도 공개된다. 브레진스키는 “김대중 사건 결과는 정치적 판결로 인식돼 한국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며 우려를 전달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1980년 북한 사주를 받아 5·18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김 전 대통령 등 민주화 운동가들을 신군부가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1981년 대법원은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사형 중단을 압박하자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았고, 미국으로 출국해 약 2년간 망명생활을 하다가 1985년 귀국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