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유럽으로부터 얼마나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길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먼저 회담한 뒤 유럽 정상들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구한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정상이 총출동해 젤렌스키를 지원했다.
젤렌스키는 전날 워싱턴 도착 직후 텔레그램에서 “우리는 신속하고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이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일부를 억지로 내놔야 했던 수년 전과는 달라야 한다. 1994년 ‘안보 보장’을 받았으나 그 보장이 작동하지 않았던 때와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가 원한다면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다. 아니면 계속 싸울 수도 있다”며 “오바마(전 대통령)가 크림반도를 내줬던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서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맺는 대가로 나토 가입이 아닌 다른 방식의 안보 보장을 제시했다. 지난 15일 미·러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토 조약) 제5조와 유사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나토가 아니라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직접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하지만 나토 가입도 아닌 ‘나토와 유사한 보호’라는 방식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