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경기도 양주 빛오름선교교회(이형노 목사)는 여러 나라의 말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작은 지구촌’이었다. 한쪽 교실에선 붓을 든 아이들이 ‘평화’ ‘기쁨’ 같은 단어를 화선지에 옮기고 있었고, 옆 교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주일 예배당에선 내국인과 외국인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예배를 드리고 ‘나그네를 순례자로’라는 문구 아래 찬양이 울려 퍼졌다.
저출생 초고령화 시대를 맞은 한국은 100명 중 4명이 장기 거주 외국인일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은 204만3000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이민자 증가율은 영국에 이어 2위다. 법무부는 2023년 단순노무(E-9) 비자를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로 전환하는 규모를 연간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외국인의 한국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교회는 이주민을 과거 시혜적 구호 대상에서 이젠 동등한 동반자로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이주민을 잠깐 왔다가 떠날 손님이 아니라 식구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모습이다.
빛오름선교교회가 해온 15년 동안의 사역은 이주민 선교 역사의 축소판이다. 38년간 국민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일한 이형노 목사는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동자와 기업주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사역 초기,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긍휼(矜恤) 사역에 집중했지만 “도움만 받고 떠나버린다”며 상처받는 성도들이 생겨나는 한계에 부딪혔다. 국가별 공동체 교회를 따로 세우는 실험도 했으나 신앙의 결실로 이어지지 않는 부작용을 확인했다. 이 목사는 “몇 년을 해봐도 세례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 찍기는 좋았지만 열매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고민 끝에 빛오름선교교회는 사역 방향을 교육과 문화로 전환했다. 지난달 경기도교육청과 협력해 경기한국어공유학교를 세운 교회는 현재 10개 반 190여명이 등록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공동체를 세우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이주민 정착 확대 정책에 대해 교회 현장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 상임대표 정노화 목사(군포이주와다문화센터 대표)는 E-7-4 비자 확대에 대해 “정확한 예측과 준비 없이 대폭 확대돼 많은 갈등이 있다”며 “숙련 인력으로 전환돼도 여전히 최저임금이라 그 임금으로는 가족의 동반 체류가 사실상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초청된 배우자가 불법적으로 일하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내국인의 여전한 차별적 인식 또한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 2월 전남 나주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인 사건을 두고 정 목사는 “처음에는 현장의 장난으로 보였지만 장난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 목사도 “최근에도 농촌에 가보면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임시 건물을 지어 숙소로 쓰는 곳들이 있다”며 “에어컨 없는 곳이 태반이고, 화장실은 멀리 떨어진 곳에 공동으로 쓰게 해 여성 노동자들은 밤에 다니기 무섭다고 한다. 도시에서 먼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불법이 많고, 그만큼 그들의 삶은 열악하다”고 말했다.
정착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교회가 이주민을 손님이 아닌 식구로 대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IMA 공동대표인 남양규 서울네이션즈교회 목사는 “교회가 이주민을 호의적으로 대하지만 우리 안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동일시’까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저출생 고령화가 지속하면 한국도 이민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주민 선교를 내세우지 않는 교회도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을 포용할 계획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주=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