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남북 합의 중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 이행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MDL) 내 군사훈련 중지, 접경지역 실사격 훈련 중단 등 구체적인 실행안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는 대비 태세와 안보 이익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복합적인 숙제를 안게 됐다.
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을지국무회의에서 “지금 필요한 건 대비 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긴장을 낮추기 위한 발걸음을 꾸준히 내딛는 용기”라며 각 부처에 이같이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주문했었다.
군 당국은 이달 초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데 이어 선제적인 추가 유화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 실효적인 긴장 완화 조치들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지금 당장 검토할 수 있는 건 9·19 군사합의”라고 했다.
접경지 군사훈련 중단이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우선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단계적 유화책의 시작 단계인 셈이다. 현재 해병대 서북도서 기동훈련, MDL 5㎞ 이내 육군 부대의 사격·기동훈련 등 접경지 군사훈련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전방지역 내 실사격·기동 훈련 중단과 비행금지 구역 재설정 등의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후 북한이 호응한다면 MDL 인근 완충지대 재설정, 남북 군사회담 재개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단계로 군사합의서를 재설정하는 등 남북 관계를 완전한 화해·협력 흐름으로 전환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으로 분석된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 대통령은 북한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여건을 조성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화답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의 선제 조치만 지속한다면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명확히 하는 상황에서 9·19 군사합의 복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방적인 우리의 구애”라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북한의 실체적 화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안보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태화 박준상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