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부부의 거짓말

입력 2025-08-19 00:38

이 정도면 수사의 퍼즐을 피의자가 맞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체질 때문에 인삼은 안 먹는다더니. 그래서 통일교 측이 함께 건넸다는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목걸이도 받지 않았다더니. 그 인삼가루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김 여사 목소리가 통일교 관계자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연락하던 휴대전화 ‘건희2’. 측근 행정관 것인데 가끔 용산 대통령 관저에 놓고 퇴근해서 김 여사와 기지국 동선이 겹친다던 그 번호. 진실은 김 여사가 미리 밝혀뒀다. “내가 쓰는 비밀번호”라고 말하는 그의 육성이 같은 관계자 휴대전화에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의 물증 역시 그가 제공했다. “차명으로 하는 것” “(수익을) 40% 주기로” “그냥 (김영선 전 의원을) 밀라고” 같은 결정적 발언이 죄다 김 여사 입에서 나왔다.

과거의 김건희만 특검을 돕는 게 아니다. 지금도 자기 진술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는 방식으로 특검 수사를 돕고 있다. 이를테면 진품 모델이 출시되기 전에 짝퉁 목걸이를, 진품과 똑같다는 이유로 샀는데, 그 브랜드가 반클리프앤아펠인지는 몰랐다는 주장 같은 거다. 친오빠의 장모 자택에서 발견된 모조품 목걸이 얘기. 한 문장 안에 모순과 충돌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지금은 서희건설이 진품 제공을 자수한 마당이다. 대선 때 건진법사 비선 캠프에 사무실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는 회사인 데다 회장 맏사위가 고위직에 임명됐다. 선후와 인과가 딱 떨어지는 초대형 매직 뇌물 스캔들이 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해 한두 개 팔린다는 고가 명품의 구매자를 수사기관이 못 찾아낼 거라고 믿고 짝퉁 시나리오를 구상한 자신감이 놀라울 뿐이다.

이런 유형의 대담한 거짓말은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돌이켜보면 윤 전 대통령도 거짓말의 논리적 모순 같은 건 개의치 않았다. 자기 말을 실시간으로 뒤집는 일도 예사로 했다. 대표적인 게 탄핵 심판에서 나온 ‘인원’ 해프닝. ‘인원’이라는 말은 안 쓴다더니 그 자리에서 ‘인원’을 세 번이나 말하고도 그는 태연했다. 찾아보면 그가 ‘인원’이란 단어를 쓴 장면이 그것 말고도 여럿이다. 그 정도로 애용하는 표현을 굳이 안 쓴다고 우긴 이유는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쓸데없는 디테일과 과장된 부정은 이들 부부가 하는 거짓말의 유사점인 듯하다.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두 명의 공천관리위원장 이름을, 김 여사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와 조사기관을 들먹이며 둘을 헷갈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폭로된 윤 전 대통령의 육성과 김 여사의 메신저 대화는 두 사람이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굳이 끼워 넣은 디테일이 되레 거짓말을 드러내는 고리가 된 셈이다. 어쩐지 ‘삼부’ 논란 같지 않은가. 채 해병 사망사건 와중에 ‘멋쟁해병’ 단톡방에 ‘삼부’라는 이름이 등장했을 때 ‘삼부’는 ‘골프 3부’일 뿐 절대 삼부토건이 아니라고 많은 이들이 발끈했다. 뒤에는 주가조작 의혹이 있었다. 그러니 의심해봐야 한다. 디테일과 과장된 부정이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감추고 싶은 진실이 묻혀 있는 곳이다.

김 여사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교체하고 비화폰을 초기화하고 노트북을 포맷했다고 한다. 그런다고 지난 3년 한 일이 없던 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 세상이 아니다. 14년 전 증권사 서버에 담긴 육성부터 관련자 휴대전화에 담긴 수천 건의 통화 녹음, 수만 건의 메신저 대화, 차량 출입기록, 블랙박스와 CCTV 영상까지 나올 건 다 나올 거고, 나오고 있다. 더불어 부부가 쌓아올린 거짓말의 실체도 조만간 드러날 거라고 믿는다.

이영미 영상센터장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