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당원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

입력 2025-08-19 00:50

일반 국민들은 싫어하는데
당원과 지지자들만 좋아하는
정치 해서야 되겠는가

당원만을 위한 정치하면서
국민 전체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까지
포용하는 정치 언제 볼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원로 정치인들이 최근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에서 정청래 대표에게 쓴소리를 했다. 특히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집권 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해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이 회자되고 있다. 당원이나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 전체를 보고 정치를 하라는 충고다.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 악수는 물론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는 취임 인사도 가지 않았다. 원로들의 충고가 있었지만 이후 광복절 행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도 정 대표는 다른 사람들과는 악수를 하면서 바로 옆에 앉은 국민의힘 송언석 대표와 악수를 안 했고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어색해서라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보고 있는 공개석상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나 청소년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다. 거대 여당의 대표로 새로 선출됐으면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순전히 당원이나 강성 지지층의 지지만 받으면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지지층의 박수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하고 나중에 선거 때가 돼서 중도층 공략 선거 전략을 구사하면 그 전에 있었던 일은 다 잊어 버리고 결국 표를 찍을 것이란 계산도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를 한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취임 때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했지만 탄핵될 때까지 지지자들만 바라봤다. 탄핵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결코 좌절하지 말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라”.

지금 그는 구치소 안에서 특검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일반 국민 정서와 거리가 먼 행동이다. 그가 신경쓰는 대상은 지지자들뿐이다. 지지자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곤 한다. 지지층만 염두에 두면서 자꾸 국민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민의 뜻을 헤아리겠다” “국민이 늘 옳다”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

수학에서 A={1, 2, 3}, B={3}일 때 B⊂A는 참이지만 B=A는 거짓이다. 당원은 국민의 일부일 뿐인데 당원을 국민 전체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당원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전체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물론 당원도 국민이지만 당원만을 위한 정치인지, 전체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라는 말을 쓸 때는 ‘나를 지지하는 국민’인지 ‘나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포함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만 염두에 두면서 국민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정 대표도 당원들의 요구에 맞춰 야당과 적대적인 관계를 고수할 생각이라면 앞으로 국민이라는 말을 가려서 써야 한다. 국민들은 야당과 악수하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기를 원하는데 이와 반대로 행동하면서 국민 뜻에 따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정 대표보다 중요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특정 정파나 진영을 위한 국정 운영을 한다면 나라는 금세 두쪽이 날 것이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하자”고 제안했다. 또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거듭 제안하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했던 윤 전 대통령 시절의 광복절 경축사와 대비된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천일 것이다. 최근 조국과 윤미향 사면 등은 일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것으로 진영 내부의 요구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 진영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진영 논리가 아닌 통합과 중도실용의 길을 가야 한다. 특정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포용하는, 지지층을 넘어 국민 전체를 위한 국정 운영을 하기 바란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