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난 주말 떠났다. 일 년 반 동안 투병하던 그의 얼굴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조문을 갔다. 유족들은 그가 떠나는 과정이 은혜로웠다고 전해주었다. 그와 나를 이어준 내 친구는 열흘 전 그가 혼수상태라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친구가 ‘사랑의 하나님은 당신의 삶을 통해 우리를 축복하셨다’는 내 편지(2025년 8월 5일자 겨자씨 참조)를 그의 귀에 읽어주자 나흘 만에 그가 눈을 떴다. 그의 어머니가 반복적으로 내 편지를 읽어주었고, 그는 잠시 눈을 뜨고 말없이 가족들과 눈을 맞추었다. 그렇게 그는 사흘 동안 작별인사를 나누고 사흘의 긴 잠 끝에 삶을 마무리했다. 어머니는 눈으로 대화할 수 있었던 임종의 순간은 기적이었다면서 내게 물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의료 봉사를 한 수고에 대한 하나님의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위패에 새겨진 십자가를 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그의 사진 앞에서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그곳에서도 축복의 존재가 되게 해달라고. 내가 생전에 만난 적 없는 그를 위해 아침마다 기도할 수 있던 것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축복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를 축복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