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비롯해 앞서 시즌 3까지 성공적으로 방영된 ‘오징어게임’ 등 한국산 글로벌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으로도 통한 K콘텐츠의 열풍이 반가운 한편,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교계 미디어 전문가에게 케데헌과 오징어게임 시즌 2·3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해석해줄 것을 최근 의뢰했다. 영화칼럼니스트 강진구 고신대 교수와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 기고가인 미셸 박 작가, 기독 유튜브 ‘아웃플루언서’ 기획·진행자인 성현 전 필름포럼 대표 등 3인은 두 작품 속 기독교적 메시지를 짚으면서 세속적인 콘텐츠 안에서 하나님이 주는 질문을 발견하는 ‘문화 리터러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목소리 잃은 루미… 이정재의 ‘얼음’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적 정의를 해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는 성경적 메시지와 통한다. 성 전 대표는 “약점과 한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케데헌의 루미(목소리 상실)와 오징어게임의 성기훈(경제적 파탄)은 난제 극복 과정에서 ‘참된 인간은 무엇인가’ ‘더불어 사는 사회는 어때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스타, 게임의 승자 등 자본주의 시스템의 표피를 묘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예수님은 사람을 의인과 죄인이라는 도식으로 나누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영적 공허함과 고립감 등 영적 갈망을 보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주셨다”며 “두 작품도 물질만능주의, 기술만능주의시대에 인간소외와 공동체성 파괴를 성찰하게 한다”고 부연했다.
기독 대안학교 미디어교육 교사로도 활동한 박 작가는 “악령(사탄)의 자기 파괴적 유혹이 아닌 자신 안의 선한 목소리를 따르라는 케데헌의 큰 주제는 기독교적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케데헌 작품에 깔려 있는 저승사자와 퇴마라는 샤머니즘적 설정 등에 대해서는 더 깊은 분별과 해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박 작가는 “케데헌이라는 콘텐츠를 단순히 오락 목적이 아니라 기독교적 관점으로 수용할 때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거를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세계관에 영향을 받는지 점검하고 훈련을 통해 영적 분별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징어게임의 경우 성기훈이 모두를 살리고자 게임 중 “얼음”을 외친 장면이 의미 있는 부분으로 꼽혔다. 강 교수는 “그가 외친 얼음은 죄의 흐름을 멈추고 공동선을 지키려는 자기희생을 극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자신의 목숨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린다는 마지막 결말도 성경으로 쉽게 해석된다”고 했다. 박 작가는 “성기훈이 최종 승자가 되고도 무력감에 빠지는 모습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 16:26)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분별력 있는 시각 교육 필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콘텐츠는 기독교인에겐 도전이자 기회다. 박 작가는 “‘세속적인 것’과 ‘하나님의 것’을 완벽히 나눌 수 없듯, 콘텐츠 안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가치나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치관과 신앙적 관점을 점검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때”라면서 분별력을 키울 문화적 리터러시 교육을 당부했다. 성 전 대표도 “글로벌 콘텐츠의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넘는 공동체적 인식을 가질 계기를 마련한다”며 그런 시각과 비전을 기르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 교수는 “북미에서 크게 흥행한 한국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한국이 예수님을 수출하게 된 나라가 됐다는 변화의 신호탄”이라며 “교계는 대중문화를 방어적으로 변증하기보다는 복음 전파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