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공장 가동률 줄줄이 하락… 기업 4곳 영업손실 7배 치솟아

입력 2025-08-18 00:41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롯데케미칼 제공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원료 가격 상승이라는 겹악재로 구조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주요 석화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도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석화 공장은 통상 80% 이상 가동률을 유지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일부 업체는 6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17일 각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주요 시설의 평균가동률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의 나프타 분해 공장(NCC) 가동률은 64.4%로 지난해 대비 16.6% 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나프타 분해 시설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화 산업의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핵심이다. 같은 기간 범용 플라스틱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공장의 평균가동률은 각각 72.8%, 71.7%로 집계됐다. 두 품목 모두 전년 대비 15%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LG화학의 석화 사업 부문 평균가동률도 지난해보다 6.2% 포인트 감소한 71.8%로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부문의 평균가동률이 70%에서 66%로, 합성수지 부문 평균가동률은 60%에서 57%로 각각 떨어졌다. 경량복합소재, 태양광소재를 생산하는 한화첨단소재의 가동률 역시 71%에서 67.7%로 낮아졌다.

석화 산업은 공장을 짓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정비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생산량이 줄어들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국내 석화 기업 4곳(롯데케미칼·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은 476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7배나 치솟았다.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직원 수도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롯데케미칼 4555명, LG화학은 1만3674명, 한화솔루션은 579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반년 만에 100~200명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은 1579명에서 1597명으로 소폭 늘었다.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산업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 산업은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돼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이 경쟁 우위를 가졌던 범용 제품 시장을 중국이 완전히 잠식하는 등 일시적인 불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