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초로 베이징에서 개최한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17일 막을 내렸다. 14일 저녁 개막식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국가스피드스케이팅홀에서 16 개국 280개팀, 500여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육상, 축구, 킥복싱, 체조 등 26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장면은 위수커지(유니트리)의 H1 로봇이 1500m 달리기 경기 중 사람을 치고 달린 것이었다. 조종수와 함께 뛰며 무선 원격조종을 받던 로봇이 다른 로봇 조종수를 피하지 못하고 충돌한 뒤 주춤거리다 도망가듯 빠져나갔다. 인공지능(AI)에 의한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종목에서 위수커지의 자회사 베이징링이커지의 H1 로봇이 6분34초로 1위를 차지해 인간의 세계기록 3분26초와 거리를 좁혀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베이징링이커지 관계자는 우승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대회가 기술 혁신과 향상에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킥복싱에 참가한 로봇들은 제법 유연한 동작으로 발차기와 주먹질을 했다. 공격을 받거나 공격이 빗나가 균형을 잃은 로봇이 엉거주춤 뒷걸음질치며 중심을 잡는 모습이나 쓰러진 뒤 스스로 바닥을 짚고 일어서는 모습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주먹을 날리거나 발길질을 했고 너무 쉽게 넘어졌다.
축구에선 느리고 굼뜬 동작으로 답답함을 안겨줬다. 슈팅은 호쾌한 맛이 없었고 공을 굴리는 수준이었다. 골키퍼 로봇은 느리게 굴러오는 공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같은 팀 로봇과 팀워크도 몰려다니는 수준에 그쳤다. 경기 중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는 로봇들은 사람이 들어내야 했다.
하지만 주최 측도 관객도 실수나 오작동에 너그러웠다. 사회자는 개막식 때 “로봇들은 성장하는 중이니 넘어지고 실수해도 이해해주고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 도중 로봇이 실수하거나 넘어질 때도 농담을 던졌고 관객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위수커지 창업자 왕싱싱은 “로봇이 실수하면 토론할 것이 더 많아진다”면서 “다음 대회에선 로봇들이 자율적으로 달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로봇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총력을 기울여 육성하고 있다. 미국 자동화발전협회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로봇 기술 혁신 분야에서 중국의 급속한 진전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