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정책 연구기관이 한·미 조선 협력 방안과 관련해 선박 유지·보수·정비 위탁,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는 양국의 조선업 협력 사업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가늠자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발간한 ‘미국과 동북아 동맹국의 조선 협력 경로’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미국과 동맹국의 산업계·정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종합 분석한 결과 네 가지 협력 모델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도출됐다”고 밝혔다. CSIS는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다.
보고서는 미 조선업 기반 강화를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경쟁력에 보다 후한 점수를 매겼다. 보고서는 “한국은 경제가 발전하며 인건비가 높아졌음에도 (조선 강국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고부가가치·고속 건조 부문에서 한국과 중국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CSIS가 제시한 협력 방안은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동맹국의 미 조선소 인수’ ‘모듈화 공법을 통한 공동 생산’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 구매’ 등 4가지다.
MRO 협력은 미국의 조선 공급망 강화, 항만의 전략적 활용에 도움이 되고 미 조선소가 설비·공정을 현대화하는 여유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MRO 위탁은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와 올해 미 해군 함정 3척의 정비 사업을 수주했고,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바 있다.
미 조선소 인수 방안은 한화그룹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는 외국 기업이 미 조선소를 인수할 경우 첨단 공정 기술·관리 방식·자동화 시스템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구체적으로는 군용 조선소 인수, 민간 조선소 개조, 정부 소유·민간 운영(GOCO) 방식, 미·한·일 합작법인 설립 등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CSIS는 동맹국 조선소로부터 선체 모듈을 공급받아 미 조선소가 조립하거나, 동맹국에서 완성된 선체에 미 조선소가 무기 체계 등을 탑재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동맹국 기업들은 미국 내 모듈화 체계에 부품·모듈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고 이때 활용되는 인력과 자재는 동맹국 전역에서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설계 변경으로 인한 건조 지연과 비용 증가 위험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미 해군이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을 구매하는 방안도 거론했지만,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성향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국에 의존하는 것과 자국 산업 역량에 투자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