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월 국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거래가 105만건을 넘어서며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월세 비중도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2022년 전세보증 사고로 촉발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지난 6·27 대출 규제로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적으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계약은 105만6898건이다. 1~7월 기준으로 전국 월세 거래가 100만건을 넘긴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전국 월세 거래(이하 1~7월 기준)는 2022년 84만3078건, 2023년 83만8773건, 지난해 83만2102건으로 모두 80만건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100만건을 돌파한 것이다.
월세 계약 비중도 61.9%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60%대에 진입했다. 이 비중은 2020~2021년 40%대 초반에 머물다가 전세보증 사고가 본격화한 2022년 51.0%로 절반을 넘어섰고 2023년 55.0%, 지난해 57.3%로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전세 비중은 2020년 59.3%에서 올해 38.1%를 기록하며 처음 30%대로 떨어졌다.
전세의 월세화는 지방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역별로는 서울(34만3622건), 경기(29만2205건), 인천(5만1935건)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6만3171건), 경남(4만256건), 충남(3만7117건), 대전(3만6091건) 등 비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도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에서 월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 월세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전세사기 후폭풍이 본격화한 2022년 39.5%, 2023년 48.2%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54.9%로 처음 50%를 넘긴 데 이어 올해 7월 현재 58.4%까지 치솟았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월세 주택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0%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6·27 대출 규제에 따라 그 여파가 아파트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전세를 포함해 6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지난달 21일부터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의 보증 한도 역시 기존 90%에서 80%로 줄였다.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전세대출 축소·중단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주택의 월세화 흐름은 이미 월세액에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및 단독주택 월세가격지수는 각 101.0, 100.8, 100.7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을 조일수록 월세화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