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장시간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카공족’을 두고 업계가 제재와 수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무런 제재가 없어서 ‘카공의 성지’로 불리던 스타벅스는 최근 전국 매장에 개인용 데스크톱,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사용을 금지하는 공지(사진)를 내걸었다. 반면 음료와 식사를 함께 소비하는 ‘카페 밀’ 문화가 확산하면서 카공족을 핵심 고객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뚜렷이 보인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달 초 처음으로 ‘카공족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안내문에는 다인석 양보, 전자기기·칸막이 금지, 장시간 자리 비움 시 소지품 지참 등이 담겼다. 매장 직원이 직접 구두 안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 자리에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여러 대의 노트북과 태블릿·헤드셋을 펼쳐 장시간 자리를 독차지한 사례들이 온라인에 공유되며 “카페가 개인 사무실이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는 카공족 확산이 카페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 매체 아에라닷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카페 이용자가 늘었지만 장시간 이용객에 카페 도산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가 커피와 빠른 회전에 의존하던 일본 카페 문화가 장시간 체류 고객에 흔들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현지 일부 카페에선 90~120분 정도의 시간제한을 두고 운영하기도 한다.
반대로 카공족을 적극 수용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장시간 머물며 식사까지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자 매출 확대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식사 대용 버거 ‘에그 함박 브리오슈 번’을 출시, 폴바셋은 식빵 브랜드 밀도와 협업해 베이커리 라인을 강화했다. 투썸플레이스의 샌드위치·베이글과 아메리카노 세트 상품 ‘올데이 세트’ 매출은 지난 1~7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공간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투썸은 신촌연세로점 등에 스터디존을, 할리스는 종각역점에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해 노트북용 바 테이블과 소규모 좌석을 배치했다. 탐앤탐스는 시간제 이용권으로 운영하는 스터디카페형 ‘라운지탐탐’을 열어 무료 다과 바를 제공한다. 저가 브랜드 메가MGC커피까지 전용 좌석을 마련하며 맞춤형 매장 전략에 뛰어들었다. 포화한 카페 시장에서 단순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득과 실이 공존하는 만큼 업계는 공존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학사 캐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333명 중 70%가 주 1회 이상 카페에서 공부하고, 10%는 주 5회 이상 찾는다고 답했다. ‘집보다 집중이 잘 된다’(58%) ‘덜 답답하다’(38%)가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불만도 만만치 않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카공족 때문에 좌석을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47%, 장시간 비워둔 자리를 본 경험이 40%에 달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카공족의 부작용도 있지만 회전율보다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며 “‘공부하기 좋은 카페’라는 인식은 충성 고객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심리적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