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재원 공개… 대통령이 직접 제동

입력 2025-08-17 18:45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기획위원회가 보고한 210조원 규모의 재정투자 계획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가 세입 확충과 지출 절감 방안 등 세부 예산안을 보고했지만 이 대통령은 세수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구체적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재원 설계를 공개하지 않았던 건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5년간 국정 운영에 필요한 세부 예산안 전체를 공개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현재 세수 확보 방안이 논의 중인 상황에서 210조원이라는 큰 예산의 구체적인 안을 미리 발표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이 평소 ‘끌어다 쓸 돈이 없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예산안을 마련해 왔다”며 “300여개 사업은 초기 구상 단계부터 각 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으로 추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는 세부 예산안이 담긴 300여쪽 분량의 책자를 준비했지만 보고대회 직전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간단한 내용만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에너지 전환 등 54조원, 지역균형 성장 60조원, 재난·인구위기 대응 57조원, 외교·안보 분야 6조5000억원 등 큰 틀의 투자 계획만 제시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예산안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 부처별 사업 추진에 제약이 될 수 있고, 향후 대통령 시정연설이나 경제정책 발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대통령실에서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기획위가 제안한 예산안이 확정, 공개되는 시점을 두고 국무회의 의결 이후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국정기획위의 ‘국정운영 5개년 재정투자 계획안’은 210조원의 재원을 추가 재정 부담 없이 마련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세제 개편 등을 통해 88조원, 세외 수입 6조원 등을 마련해 총 94조원의 세입을 늘리고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조정을 통해 116조원을 절감한다.

세제 개편에는 법인세·증권거래세 세율 복원과 외국인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일몰 등 지난 정부의 감세 조치 정상화 방안이 포함됐다. 한국은행 잉여금 배당·출자 확대, 아직 걷히지 않은 세금·부담금·벌금 등의 철저 징수 등이 세외 수입 확보 방향으로 논의됐다. 각 부처가 관행적으로 집행하던 예산을 줄이고 유사·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지출 구조조정 방안도 검토됐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위는 정부 조직개편안도 보고했으나 검찰청 개편을 제외한 일부 사안에서 이견이 있어 발표하지 못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