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마포 아파트 화재로 모자 참변

입력 2025-08-17 18:41 수정 2025-08-17 18:42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가 17일 화재로 검게 그을려 있다. 아파트 14층의 한 가구에서 발생한 불로 2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권현구 기자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는 준공된 지 2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17일 오전 8시11분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지상 20층짜리 아파트 14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화재로 같은 세대에 거주하고 있던 일가족 3명 중 2명이 사망했다. 20대 남성 A씨는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60대 여성 B씨도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들은 모자 관계로 확인됐다. 60대 아버지 C씨도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C씨를 포함해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폭발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박모(63)씨는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천둥소리인 줄 알았다. 이를 듣고 급하게 대피했다”며 “앞 동에선 불났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62)씨도 “주민들끼리 가스 폭발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C씨는 구조된 후 소방관과 주민들에게 “아들을 구해야 한다”며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50대 남성 D씨는 “화재 이후 아파트단지 테니스장에 모여있었는데 치료받고 있던 분이 CPR 받으면서 내려오는 여성을 보고 ‘여보’라고 부르면서 울부짖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14층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는 1998년 준공됐는데, 당시엔 스프링클러는 1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에만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규정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진화에 나서 오전 10시42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8일 오전 10시부터 화재 원인 관련 합동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부재가 화재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는 화재 진압 초기에 매우 도움이 되는 시설”이라며 “노후 아파트의 경우는 스프링클러 부재로 인해 화재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프링클러를 노후 아파트에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설치 비용 등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인센티브 등을 통해 각 아파트가 자발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조민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