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 지인들 “별건 수사” 항변했지만… ‘증거인멸 우려’에 발목

입력 2025-08-18 02:05

김건희 특검의 핵심 피의자인 김건희 여사와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 ‘김건희 계좌 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이자 “특검법 수사대상에서 벗어난 별건 수사”라며 반발했다. 법원은 그러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들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대상에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포함하는 특검법 조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검은 지난 12일 김 여사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를 기습 제출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했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등 명품 장신구를 이 회장이 구매한 뒤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이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 관련 인사 청탁을 시인한 내용도 담겼다.

김 여사 측은 “구속영장청구서에 없는 별개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 등을 제출해 피의자 방어권 행사나 변호인 조력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본건이 아닌 별건에 의한 구속 시도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도 지난 15일 영장심사에서 특검의 별건 수사를 주장했다. 특검은 김씨의 차명 법인 이노베스트코리아와 김씨가 설립에 관여했던 IMS모빌리티 등의 자금 33억8872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명백한 별건 구속”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날인 16일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를 이유로 특검에 구속영장을 내줬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 측도 지난 5일 영장심사와 지난 8일 구속적부심에서 별건 수사 논리를 펼쳤다. 이 전 대표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1차 주포’인 이모씨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게 해준다며 2022년 6월~2023년 2월 총 25차례 8390만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두고 “특검법 수사대상을 벗어난 별건 수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로 봤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대상으로 보는 특검법 조항이 피의자들에게 ‘장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법한 별건 수사에 해당했다면 수사 단계에서 압수수색영장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특검 수사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별건 수사 부분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내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18일 오전 10시 김 여사와 김씨를 각각 소환한다. 김 여사는 지난 14일에 이은 재소환이다. ‘집사 게이트’ 등과 관련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신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자창 박성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