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만의 문제로 오해… 폐·혈관에도 영향 줄 수 있어”

입력 2025-08-19 00:08
한양대병원 남보라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류머티즘 관절염의 주요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관절 질환이 아니라 면역 질환
30분 이상 조조 강직이 중요 신호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흡연
치료 옵션 다양… 맞춤 치료 중요

"류머티즘 관절염은 병명 때문에 단순히 관절만의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남보라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18일 "관절에만 국한되지 않고 폐와 피부, 혈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초기 진단과 치료 시점부터 전신 장기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침에 손이 뻣뻣해 잘 움직이지 않는 이른바 '조조 강직'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6일 넘게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진단이 되면 최근 들어 생물학적 약물, 표적 치료제 같은 효과적인 신약 옵션이 늘어난 만큼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남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생과 진행에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지만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흡연”이라고 금연을 강조했다. 남 교수에게 류머티즘 관절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 치료 경향 등을 들어봤다.

-단순 관절 질환이 아니라 자가 면역질환이라는데.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정상 조직을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손가락, 손목, 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을 침범해 통증과 부종, 염증을 일으키는데 지속되면 관절 손상과 변형이 진행돼 일상생활에 제약이 따른다.”

-중년 여성 환자들이 특히 많은 것 같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21년)에 따르면 국내 성인 100명 중 1명(약 1.1%)이 류머티즘 관절염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의 유병 비율은 약 2.7대 1에서 최대 13.5대 1까지 보고된다. 여성은 40·50대, 남성은 50·60대에서 흔히 발생한다. 유전적 영향, 호르몬 변화, 임신·출산, 생활방식의 변화 등이 발생 양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연이 치료·관리에 매우 중요하다고.

“류머티즘 관절염 발생에 관여하는 환경 요인으로 흡연, 잇몸병, 장내 세균 변화, 특정 바이러스 감염 등이 꼽힌다. 흡연은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인데, 여러 연구에서 흡연이 질환 위험을 배 이상 증가시키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위험도가 커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흡연은 질병의 중증도에도 영향을 줘서 담배 피우는 사람에서 더 빠른 관절 손상이 발생하거나 전통적인 항류머티즘 약제, 최신 생물학적 약물의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의심할 증상은.

“양쪽의 작은 관절이 대칭적으로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 손가락의 첫·중간 마디, 손목 관절을 잘 침범한다. 환자들은 “아침에 손이 뻣뻣해서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다”거나 “손가락이 부어 반지가 잘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관절의 염증은 눌렀을 때 통증이 있고 부기와 열감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어깨나 팔꿈치, 무릎 관절에도 증상이 나타날 순 있지만 질병 초기에 큰 관절만 단독으로 침범하는 경우는 드물다. 만약 큰 관절에만 증상이 있다면 다른 질환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남 교수는 “30분 이상 지속되는 조조 강직은 류머티즘 관절염을 의심할 중요한 신호”라며 “퇴행성 관절염에도 조조 강직이 나타날 순 있지만 수분 내로 시간이 짧고 움직이면 금방 풀리는 게 대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증상이 헷갈릴 수 있는 질환은.

“통풍과 전신홍반루푸스가 있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같은 큰 관절에 갑자기 극심한 통증과 부종이 나타났다 1주일 내로 호전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반면 류머티즘 관절염은 작은 관절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루푸스는 류머티즘 관절염처럼 여러 관절 침범과 피부 발진, 탈모, 단백뇨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되지만 혈액 검사에서 특이 항체가 확인되는 게 구별점이다. 이밖에 섬유근통증후군, 건선관절염도 헷갈릴 수 있다. 결국 관절 침범 양상과 동반질환,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다른 진료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많나.

“일부 환자는 관절 증상보다 폐 침범이 뚜렷해 호흡기내과를 방문한 뒤 정밀검사 과정에서 류마티스내과로 의뢰되기도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라는 이름 때문에 단순히 관절만의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엔 손가락 관절 통증을 단순히 노화나 과사용으로 인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진통제만으로 버티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질병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고 조조 강직 같은 전형적 증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비교적 빠른 시점에 전문 진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치료제 선택지가 넓어졌는데.

“과거 전통적 항류머티즘 약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고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오래 병용하는 일이 흔했다. 스테로이드의 장기 사용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최근 스테로이드 없이도 충분히 질병 활성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신약들이 등장했다. 염증 물질을 직접 차단하거나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약물, 세포 내부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해 염증을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표적 치료제(JAK 억제제) 등이다.”

남 교수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만큼 약제 선택 시 고려할 요소가 더욱 많고 복잡해졌다”면서 “환자마다 발병 양상, 동반 질환, 약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생활 환경, 약제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