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거듭 제안하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 및 일본을 향한 메시지를 강조하며 대내적으로는 국민통합을 언급하는 정도였던 역대 대통령들의 광복절 경축사와 달리 국내 정치와 관련한 제안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대북·대일 관계 개선도 국론이 분열되어선 달성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더 인상적인 이유는 최근의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9주년 기념식은 두 동강이 난 채 치러졌다. 뉴라이트 성향이라는 지적을 받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광복회 등의 독립운동단체와 당시 야권은 정부 주최 행사와 별도로 행사를 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그 전해인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반국가세력들이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한다”고 주장하며 국론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통합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붉은색, 흰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며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대일 관계에서도 화해와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우리가 급변하는 세계 정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으며 안보·통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험난한 현실을 헤쳐 나가려면 국론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전히 정국은 살얼음판이다. 이 대통령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여야 정치권도 분열 정치에서 벗어나는 데 적극 호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