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고’로 끝난 전한길 징계… 국힘 개혁 물거품됐다

입력 2025-08-14 18:58
유튜버 전한길(오른쪽)씨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 출석에 앞서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농성 중인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4일 전당대회 난입 논란을 일으킨 전한길씨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 징계를 결정했다.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이라는 외부 변수가 있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속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전씨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당의 혁신 작업이 끝내 물거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리위는 대선 후보 교체 파동 관련 권영세·이양수 의원에 대한 ‘당원권 3년 정지’ 징계안에 대해서도 전대 후로 결정을 보류했다.

윤리위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오전 10시반부터 약 1시간 동안 전씨 징계 관련 2차 회의를 열고 처분 수위를 논의했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일부 윤리위원들의 주의 조치 건의가 있었지만 민주 절차를 위반한 건에 대해 주의로 그쳐서는 재발할 수 있다”며 “다수결을 통해 경고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 위원장은 “본인에게서 20분가량 설명을 들어본 결과 언론 보도와 본인 소명 사이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당시 전씨는 기자석에 앉아 있었고, 책임당원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먼저 ‘배신자’라는 말이 나온 후 전씨도 우발적으로 같이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윤리위 결정은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내부 분란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된다”며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지만 윤리위는 “물리적 폭력은 없었다”며 경징계에 그쳤다. 당 관계자는 “징계 절차 개시 이후 행사에 들어오지 않은 전씨의 행동을 참작하고, 전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찬탄(탄핵 찬성)파 당대표 후보들은 일제히 윤리위 결정에 반발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결정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조경태 후보는 “당대표가 되어 윤리위가 왜 경고 조치를 했는지 당무감사를 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징계할 것처럼 했다가 경고로 끝나는 건 오히려 전씨의 행동에 잘했다고 박수쳐주는 꼴”이라며 “혁신은커녕 전대가 점점 더 윤 어게인에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검 압박은 국민의힘을 반탄(탄핵 반대)파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시키고 있다. 지난 13일 진행된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항의 농성에 나섰던 김문수 후보는 “전당대회 틈을 타 당원 명부를 빼내려는 시도는 민주주의 체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야만적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후보도 “특검에 의한 계엄이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 발부 규탄 1인 시위에 나섰다. 송 위원장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재명 정권이 만드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자 노골적인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18일 추가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 대응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