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사람….”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김건희 특검에 출석하며 스스로를 가리켜서 했던 말이다. 언뜻 자세를 낮춘 듯 보였지만 법조계에서는 ‘권력형 비리’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발언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김 여사는 그로부터 6일 만인 지난 12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는지 발본색원하는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검은 구속 이틀 만인 14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로 불러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김 여사는 대부분 질문에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56분 시작된 조사는 4시간14분 만인 오후 2시10분 종료됐다. 2시간5분 동안 주어진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조사 시간은 2시간9분에 그쳤다. 특검은 오는 18일 김 여사를 다시 소환한다.
김 여사 측 법률대리인단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특검 진술 당시 명씨와 관련해 본인이 지시를 내린 게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 주에 대면진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휴식시간에는 “다시 남편(윤석열 전 대통령)과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고 변호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석열정부 기간 이뤄진 ‘김건희 국정농단’을 16개 관련 의혹의 본질이라고 본다. 김 여사 구속 계기가 된 명품수수 의혹에서 시작해 종국에는 김 여사의 권력형 비리와 사익 추구가 전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 안팎에서는 ‘한남동 7인회’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남동 7인회는 김 여사 라인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급 인사들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김 여사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에서 나온 신조어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0월 21일 윤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김 여사의 ‘매관매직’ 의혹은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때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등에 대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 제출이 물꼬를 트게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반클리프 목걸이와 브로치, 귀걸이 등을 구매 후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에 대한 인사를 청탁했다고 시인했다. 박 전 검사는 나토 순방 직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실경호처와 ‘로봇개 경호 사업’ 관련 임차 계약을 했던 사업가 서모씨도 김 여사에게 2022년 9월 바쉐론 콘스탄틴 명품시계를 건넨 이후 대통령실 홍보업무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했다. 2건 이상의 인사 개입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최장 20일 구속기간 내내 김 여사는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자창 박재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