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확성기 철거한 적 없다” 李 정부 유화책엔 “허망한 개꿈”

입력 2025-08-14 18:57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정부의 연이은 대북 유화책을 “허망한 개꿈” “너절한 기만극”이라고 비꼬며 남북관계 개선에 선을 그었다. 대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며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고 남한을 차단한다) 기조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위해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에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불필요하고 비용 드는 확성기 철거와 같은 상호 간 조치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12일 국무회의 발언을 인용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5일 대북 확성기 철거 후 북한이 9일부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을 포착했다는 우리 군의 발표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며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마주 앉을 일이 없다”면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을 만났을 때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미국 측도 저의 지적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의 요구대로 북·미 대화가 ‘완전한 비핵화’ 없이 흘러갈 가능성에는 “현재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여러 가지 밀당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완벽하게 비핵화를 전제로만 협상할 수도 없듯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어디선가 접점을 찾아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남북관계를 낙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남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마지막 문턱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정상화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박준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