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열차 시동 거는데 위헌 난 국민투표법 ‘함흥차사’

입력 2025-08-15 02:04

더불어민주당이 이르면 내년 6·3 지방선거 당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이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선결과제인 국민투표법은 10년째 위헌 상태로, 개정 작업은 함흥차사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 내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기류지만, 국민의힘 입장이 변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나 개인적 목적을 위한 개헌 시도일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에 “(국민투표법상) 재외국민 투표권 제한은 위헌 판단이 내려졌고, 사전투표제·선거 연령 등 손볼 쟁점도 명확하다”며 “정기국회 입법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관계자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이 2016년 효력을 잃으면서 국민투표 제도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법 개정 없이는 투표인단 명부를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지난해 6월 12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총 6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도 박정훈·박충권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 각각 개정안을 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논의는 원 구성 후 1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을 전후해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론이 분출했지만, 정작 선결과제 이행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투표 관련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순 없지 않으냐”며 “여야 합의를 통해 정상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21대 대선을 거치며 잠시 잦아들었던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개헌의 기회를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엔 국정기획위원회가 제1호 국정과제로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개정’을 꼽았다. 민주당은 이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재보궐선거와 동시에 1단계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도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의 방향이나 안건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 차원의 입장을 내는 것은 섣부르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개헌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정부가 1호 국정과제로 개헌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민주당 속내가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고,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개헌의 내용을 보고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이형민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