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새 정부의 수입 확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한국은행 잉여금(정부납입금) 등 배당출자 확대’ 정책을 두고 제대로 된 재원 조달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정위는 전날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재원 조달 방안의 일환으로 ‘한은 잉여금 등 배당출자 확대’를 통한 세외수입 확충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히는 한은에서 받는 잉여금과 국책은행 등 정부출자기관에서 받는 배당수익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 한은 잉여금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은 잉여금이란 한은이 당기순이익의 30%를 한은법에 따라 적립하고, 나머지 일부를 임의적립금으로 비축한 뒤 정부에 내는 금액이다. 지난해의 당기순이익 7조8189억원 중 70%에 육박하는 5조4491억원이 올해 정부로 수납됐다.
하지만 매년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은의 수익은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통화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국제 금리에 따라 수익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기순이익은 2020·2021년 연이어 7조원을 넘겼다가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5452억원, 1조362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정부가 한은 잉여금을 유의미하게 확대하려면 한은법을 개정해 30%라는 의무적립 비율을 낮추거나 기존 적립금을 건드리는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 시절 기획재정부가 유사한 취지로 법률 자문을 구하자 법무법인 태평양은 “(한은 적립금은) 현행법상 회계연도에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는 것 외에는 정부 세입 납부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필요하다면) 한은법을 개정해 적립금 처분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국정위의 세외수입 확대 방안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은 ‘배당출자 확대’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배당을 더 쥐어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정부출자기관 21곳에서 총 2조2987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렸다. 국책은행 3곳의 배당액이 1조5468억원으로 67.2%를 차지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정부가 세수 부족 해소를 위해 국책은행에 과도한 배당성향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월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기관들이 정부 재정을 보충하는 배당금 ATM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