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이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주연으로 우뚝 섰다. 22분의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엔 충분했다. 이강인은 막판 환상의 추격골과 승부차기 득점으로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강인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의 2025 UEFA 슈퍼컵에서 0-2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23분 교체 투입됐다. 조금씩 경기 흐름을 바꿔가던 이강인은 후반 40분 추격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비티냐의 패스를 받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하단 구석을 찔렀다.
이강인의 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살린 PSG는 후반 추가 시간 곤살루 하무스의 헤더골을 더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도 이강인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서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골망을 흔들었다. PSG는 승부차기 끝에 4대 3으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4관왕에 올랐던 PSG는 새 시즌 첫 공식전부터 슈퍼컵 트로피를 추가했다. 슈퍼컵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 유로파리그 우승팀이 맞붙는 ‘왕중왕전’격 대회다. 이강인은 팀의 새 시즌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슈퍼컵에서 득점한 첫 한국 선수이기도 하다. 앞서 2008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으로 슈퍼컵에서 뛰었지만 득점은 없었다.
이날 벤치에서 출발한 이강인은 시상대 중앙에 서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6월 챔피언스리그 결승 당시 벤치만 지켰던 설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영국 BBC는 “이강인이 PSG에 생명줄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축구 통계 전문 풋몹은 이강인에게 비티냐(8.0점), 우스만 뎀벨레(7.9점)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평점 7.5를 줬다.
우승 일등공신이 된 이강인은 새 시즌 주전 경쟁에도 청신호를 켰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이강인은 숱한 이적설에 휩싸여왔다. 최근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곤 이적설이 잠잠해지며 팀에 잔류하는 분위기다.
반면 손흥민(LA FC)이 빠진 토트넘은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렸던 손흥민은 옛 동료들을 위로했다. 손흥민은 이날 SNS를 통해 “너희가 자랑스럽다. 좋은 시간이 곧 찾아올 것”이라며 “실망할 시간은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젠 또 다른 큰 시즌을 향해 나아가자”고 격려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