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첫날인 14일 자신은 과격한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융 관련 경력이 적고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모두 이재명정부의 금융 국정 과제인 ‘생산적 금융’ 강화를 첫 메시지로 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실을 찾아 “어떤 괴물이 왔나 생각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예순 살 조금 넘은 사람”이라며 “의외로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 시장에 불안정을 초래할 액션이 당장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앞선 취임사에선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펀드와 중소기업상생지수 등을 도입해 중소·벤처 기업에 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 발언은 금융권의 경계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경력 대부분을 시민단체에서 쌓아 소통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2010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금융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이 포함된 입법 감시 태스크포스를 총괄했다.
더욱이 은행권은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이자 놀이’ 지적까지 받아 긴장감이 높은 상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원장 임명 제청 문서에는 ‘자본 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벌여 직무 수행 능력이 탁월하다’고 적혔지만 사실 시민단체 출신 인사 아니냐”면서 “재계에 칼을 마구 휘둘렀던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의 재림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후보자도 생산적 금융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 포용금융 강화, 건전한 자본 시장 발전 등 새 정부의 금융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내부에선 기획재정부 출신 수장 지명이 조직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날 국정기획위가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 발표를 미뤄 속도 조절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지만 기재부 제1차관까지 지낸 인사를 금융위원장에 지명한 것은 향후 기재부와의 통합 등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기재부 전신)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위로 독립된 국내 금융이 아닌 국제 금융을 담당했던 진짜 기재부 사람”이라며 “금융위 해체안이 물 건너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이의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