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 변호인이었던 이찬진 변호사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 요직에 포진한 ‘이재명 변호인’이 13명으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기여한 일등 공신에 대한 논공행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취임한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에서 이 대통령 변호를 맡았다. 사법연수원 18기로 이 대통령의 동기이기도 하다. 이 원장의 인사 발표 이후 금감원장 임무를 수행하기엔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변호사 시절 자본시장·회계 관련 기업 법률자문과 소송을 진행하긴 했지만, ‘코스피 5000시대’ 등 이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자본시장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금감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같은 논리로 윤석열 정권을 비판했었다. 전임자였던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취임하자 민주당은 “검찰 측근 나눠주기식 인사”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 이 대통령이 비슷한 방식으로 측근 법조인을 앉힌 셈이다.
대통령실에선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이 이 대통령 사건을 변호했다. 정부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조원철 법제처장, 김희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엔 위대훈 정치행정분과 위원이 이 대통령 변호인이다. 22대 총선에서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박균택·이건태·김기표·양부남·김동아 민주당 의원도 이 대통령을 변호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도 이 대통령의 이런 ‘몽골기병대식’ 밀어붙이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원장은 금융 전문성과는 아예 관련 없는 분인 데다, 전임자가 비판받았던 이유와 똑같이 대통령과 친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대통령의 존재와 삶이 항상 기득권과의 전쟁이었던 터라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었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성과를 낼 지 결과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광복절 행사에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내고, 해외 순방도 이어지기에 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1~12일 전국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54.7%, 부정 평가는 39.5%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지난 평가 대비 4.1%포인트 하락해 2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