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면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국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3월 기준 정부의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 1만8258명 중 여성 비율은 3.6%(664명)에 불과하다. 여성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료와 기록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탓이다. 심옥주(사진)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장은 14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심 원장이 2009년 연구원을 설립한 이래 발굴한 독립운동가는 502명이다. 이 가운데 80%가량이 여성이었다. 그는 독립운동이 성별이나 지역 등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적 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심 원장이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앞장섰던 이유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잃은 어머니들이 어떤 마음으로 의로움을 펼쳤을까 생각해보며 독립운동가 발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 원장은 국내와 해외를 합쳐 여성 독립운동가가 적어도 수천명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기록 속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심 원장은 발굴 이후 서훈으로까지 이어진 인원이 80여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원은 올해 안으로 발굴 작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그동안 연구와 발굴을 병행하며 필요한 비용을 기부금과 연구원 구성원 사비로 충당해왔으나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 동료들과 사비를 들여 소신으로 해왔지만 서훈 절차까지 끝낸 뒤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건 통과 여부가 담긴 종이 한 장”이라며 “광복 80주년이라서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포상을 8명 올렸지만, 함께 작업해온 교수와 연구자들께는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심 원장은 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발굴 사업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훈부가 승격된 이후 관심도 늘었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독립운동 때 뒷바라지한 여성들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도 특정 지역이나 분야를 중심으로 묵묵히 독립운동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보훈부가 소외된 계층의 독립운동가를 더 제대로 발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보훈부 관계자는 “민간단체도 독립유공자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민간 영역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