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로 AI생태계 넓히는 中… 한국도 대중화 전략

입력 2025-08-15 00:56

올해 초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 ‘R1’에 이어 중국에서 지난 7월 한달 동안 알리바바 ‘큐웬’, 문샷의 ‘키미 K2’, Z.ai의 ‘GLM-4.5’ 등 인공지능(AI) ‘오픈소스’ 모델이 잇따라 공개됐다. 중국은 자유롭게 사용과 수정이 가능한 오픈소스 AI를 통해 자국 기술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설계도 등 정보를 감춰왔던 미국 AI 기업은 위기감 속에 맞대응에 나섰다. ‘AI 3강’을 노리는 한국 역시 오픈소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며 기술 대중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거침없는 오픈소스 공세에 나선 것은 AI 기술 환경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오픈소스 AI 모델은 사용자가 코드를 직접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어 뛰어난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유리하다. 시장 확장성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은행인 싱가포르 OCBC는 최근 구글의 오픈소스 모델 젬마와 큐웬, 딥시크 등을 활용해 약 30개의 내부 도구를 개발했다.

그동안 미국의 주요 AI 기업은 기술 보안 등을 이유로 ‘폐쇄형 모델’에 주력했지만, 중국과의 경쟁이 본격화하자 전략 변화를 택했다. 오픈AI는 이달 초 6년 만에 개방형 AI 모델 ‘GPT-oss-120b’와 ‘GPT-oss-20b’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AI가 학습 과정에서 습득한 수치까지만 공개하는 ‘오픈 웨이트’ 방식을 택했다. 미국 정부 역시 “선도적인 오픈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오픈소스 AI 모델 개발에 속력을 올리는 상황이다. 국제 무대에서 유의미한 성과도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 공개한 ‘엑사원 딥’과 ‘엑사원 패스 2.0’, ‘엑사원 4.0’은 모두 미국 에포크 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포함됐다. NC AI의 ‘바르코 비전 2.0’은 비전 언어 모델(VLM) 분야에서 최고 성능(SOTA)을 인정받았고,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시드 3B’ 경우 AI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올라온 187만개 모델 중 상위 0.02% 안에 드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추격자 입장인 한국의 경우 오픈소스 모델 개발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은 “민간과 상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오픈소스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국가 안보나 국방처럼 민감한 분야에서는 직접 기술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독자적인 AI시스템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