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이 오늘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리지만 반쪽 행사에 그치게 됐다. 임명식은 두 달 전 취임 선서만 한 뒤 곧바로 국정에 임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정식 취임식이다. 그런 만큼 국가 주요 인사와 주한 외교단, 국민 3500명이 참석하지만 정작 제1야당은 행사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불참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당 차원의 집단적인 참석 거부다. 여기에 더해 다른 야당인 개혁신당도 초청에 불응했고, 대통령 취임식에 관례적으로 참석해온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도 건강상 이유로 행사에 안 가기로 했다.
새 대통령의 정식 취임을 축하하고 국민 통합의 장이어야 할 행사가 야당의 보이콧 속에 치러지게 된 것은 한국 정치의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대통령실과 여야 모두의 정치력 부재이자 옹졸함이 빚어낸 풍경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간 야당을 품지 못한 여권의 잘못이 크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면에 항의해 참석을 거부한다고 밝혔지만 꼭 사면 문제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 방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비롯해 여권의 일방통행식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협치는커녕 야당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해진 탓이 크다고 본다. 특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규정하고 “(국민의힘과는) 여야 개념이 아니다” “악수는 (국민의힘이 아닌)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라며 제1야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그렇게 존중받지도 못하고 무시를 당하는데 국민의힘 구성원들인들 ‘여권의 잔치’에 흔쾌히 나가고 싶겠는가.
여권은 이번 일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 이제라도 국민을 통합하고 정치를 정상화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야당을 악마화해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서는, 수적 우위만 앞세운 입법만 해서는 통합이나 정치 정상화는 요원할 뿐이다. 그렇게 되면 국정 운영도 순탄할 수 없고 결국 국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 이후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는데, 지금 정치권의 모습이 협치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걸 잘 알 것이다. 여야가 더 극단적으로 대치하기 전에, 나라가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이 대통령과 여당이 진짜로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