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절판 마케팅’이 한창이다. 오는 10월 연방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달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는 막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는 판매가 급증했지만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한 기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4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와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13만100대로 지난해 12월(13만6000대)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전월 대비 26.4%, 전년 동월(11만8000대) 대비 약 10.0% 늘었다.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비중도 사상 최고치인 9.1%에 달했다.
판매가 급증한 배경에는 7500달러(약 1033만원)에 이르는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가 있다. 지난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다음 달 말까지 유지된다.
혜택이 끝나기 전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리자, 주요 제조사들은 절판 마케팅에 돌입했다. 테슬라, 리비안, 루시드 등은 홈페이지에 세액공제 종료 안내 배너를 띄우고 재고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를 앞세워 막판 수요를 흡수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엇갈린 성적을 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7만9543대를 판매해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전기차 판매(8431대)는 6월보다 50% 급증했다. 아이오닉5 소매 판매가 71% 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세액공제 혜택을 간접적으로 제공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은 “리스와 렌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한 점이 판매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IRA 규정상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지만, 리스·렌트를 이용하면 미국산 차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아의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368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7% 감소했다. EV6는 출시 3년 차로 접어들며 신차 효과가 줄었고,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9은 판매량의 변동성이 컸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인센티브와 리스·렌트 프로그램 활용에도 소극적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전기차 구매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구매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15% 자동차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까지 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 이후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더라도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는 EV 시리즈의 미국 생산 확대가 필수”라고 짚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