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회담 우려에… 트럼프 “푸틴, 휴전 안 하면 심각한 후과”

입력 2025-08-14 18:50
에마뉘엘 마크롱(맨 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젤렌스키, 프리드리히 메르츠(맨 오른쪽) 독일 총리와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후과(severe consequences)”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노딜’이나 푸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경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케네디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후과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의에는 “말할 필요가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첫 회담이 괜찮게 진행되면 우리는 서둘러 두 번째 회담을 할 것”이라며 “거의 바로 하면 좋겠다.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그들이 원한다면 나까지 하는 두 번째 회담을 서둘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자화 작가 카야 마르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자신의 작품을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푸틴과의 회담에 대해 “두 번째 회담을 위해 ‘상을 차리는 것’(setting the table)”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두 번째 회담이 없을 수도 있다. 우리가 들어야 하는 답변을 듣지 못해서 두 번째 회담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할 경우 우리는 두 번째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매우 불공정한 언론이 푸틴과의 회담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며 “내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얻어도 가짜뉴스는 내가 나쁜 협상을 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회담이 미국 땅에서 열리는 데도 ‘푸틴이 이미 이겼다’고 말하는 존 볼턴(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바보들을 계속 인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유럽 주요국 정상 및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한 데 대해 “매우 좋은 통화였다”며 “10점 만점이다. 매우 친근했다”고 평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주선한 화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후속 평화협상에는 우크라이나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유럽 정상들은 즉각적 휴전이 영토 협상보다 먼저 논의돼야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도 확보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5대 원칙을 전달했다. 메르츠 총리는 “변화의 희망, 우크라이나 평화의 희망이 있다”며 “알래스카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는 “즉각적 휴전이 회담의 핵심 주제이기를 바란다”며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제재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만이 협상할 수 있다”며 “모든 영토 양보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안전 보장과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속 3자(미·러·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중립적인 유럽 국가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