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한길씨에 경고만 한 국힘, 상식과 동떨어진 결정이다

입력 2025-08-15 01:20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4일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하는 유튜버 전한길씨에게 가장 약한 수위의 징계인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은 상식 밖의 결정이다. 국힘 전당대회가 전씨 논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비아냥 대상이 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당대회는 지도부를 뽑는 당 차원의 행사지만 지켜보는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당의 비전과 포부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점을 국힘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윤리위 회의 후 “전씨의 사과를 받고 다시는 차후에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고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정지에 이은 가장 약한 수위의 징계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은 엄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윤리위는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며 “물리적인 폭력도 없었던 만큼 그 위로(더 강한 징계로) 나아가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에서 경고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찬탄(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 후보 연설 도중 다른 당원들과 함께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죄질이 엄중하니 조속히 결론을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면서 제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리위가 11일 첫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추가 회의를 열고 전씨의 소명을 듣기로 하면서 중징계는 물건너갔다는 예상이 나왔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절반이 유튜브 채널에 전씨와 함께 출연해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리위의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전씨에 대한 경고 조치는 많은 국민들에게 국힘의 혁신 거부로 읽힌다. 회의에서는 “징계할 거리도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생각과는 한참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국힘의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은 한 번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정녕 이재명정부 견제, 중도 지지층 확장을 위한 깊은 고민 없이 국힘을 ‘그들만의 정당’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