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AI 분야 최고급 인재는 엄청난 몸값을 받는 반면 당장 AI로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진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나는 AI 시대에 필요한 존재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AI 고용 여파의 현실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곳은 메타다. 메타는 최근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을 신설하고 전 세계 최고 AI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메타는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 AI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최고 AI 책임자로 영입하고, 스케일 AI의 지분 49%를 143억 달러에 사들였다. 애플에서 AI 모델 개발을 지휘하던 뤄밍 팡은 2억 달러 이상의 보상 패키지를 받는 조건으로 메타로 넘어갔다. 오픈AI 등에서도 1억 달러 이상의 보상을 약속받고 10명 이상이 메타로 향했다.
하지만 메타의 지갑은 AI 개발에 꼭 필요한 특급 인재들에게만 열리고 있다. 메타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야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 2월 전체 인력의 약 5%(약 3600명)를 해고했다. 2022~2023년에도 약 2만1000명을 감원했다. 메타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케일 AI도 즉각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른 테크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5월 6000여명을 감원했고, 구글, 인텔 등도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력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AI로 효율화할 수 있는 곳은 인력을 줄인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AI 시대에 고용시장이 심각하게 양극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AI 인재는 기술 패권을 확보하는 데 핵심이 됐다. 이들은 전례 없는 프리미엄을 누린다. 반면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는 인력은 도태된다. AI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수준의 기술 인재거나, 최소한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디어도 AI로 인한 변화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구글이 ‘AI 모드’를 선보인 뒤 미국에서는 뉴스 등의 트래픽이 30~40% 이상 줄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예전에는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가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기에 찾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 입장에선 AI로 인해 트래픽이 감소하는 걸 막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다행이라면 뉴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간한 ‘연령별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이용현황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은 정보 검색과 업무용으로 나타났다. 뉴스가 중요한 정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AI로 인한 환각이 우려될수록 믿을 수 있는 정보원으로서 뉴스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미디어의 생존은 또 다른 문제다.
AI로 인한 구조적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대규모 해고와 채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1차 산업혁명 시대와 비슷하다. 산업혁명으로 생산현장에 기계가 도입되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어갔다. 반면 새로운 산업 분야가 생기면서 많은 노동자는 공장, 광산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증기기관, 철도 등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없던 일자리도 생겼다. 세상이 변했다는 걸 인지하고 빠르게 적응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김준엽 디지털뉴스센터 콘텐츠랩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