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박철순, 정민태, 그리고 폰세

입력 2025-08-15 00:40

1982년 봄. 한국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박철순은 미국 마이너리그 생활을 접고 OB 베어스 창단 멤버로 합류한다. 계약금 2000만원, 연봉 2400만원. 당시 최고 몸값이었다. 박철순은 이름에 걸맞게 4월 10일 해태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구원승을 달성한 뒤 9월 18일 롯데 자이언츠전 완투승까지 22연승을 내달렸다. 15선발승과 7구원승이었다. 한·미·일 합쳐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당시 생소하던 체인지업, 포크볼, 팜볼을 던지며 다승, 승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불사조’라는 애칭이 따라붙은 이유다. 정규리그 MVP는 보너스였다. 박철순의 맹활약에 OB 베어스는 전기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삼성 라이온즈마저 꺾고 원년 우승까지 달성했다.

2003년 가을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사상 선발 최다 연승 기록이 세워진다.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었던 정민태는 2000년 7월 30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7연승 후 일본으로 건너가 활약하다 2003년 복귀, 그해 8월 31일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까지 선발 21연승을 거뒀다. 선발 21연승은 미국 메이저리그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의 선발 20연승 기록을 넘어서는 세계 신기록이었다. 강속구와 슬로 커브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현재 삼성 2군 투수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2025년 여름에는 KBO 불멸의 기록이 또 하나 만들어진다.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다. 그는 12일 롯데와의 경기서 선발로 나와 주무기인 빠른 볼을 앞세워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개막 후 23경기에서 패배 없이 15연승을 질주, 종전 기록을 8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여기에 삼진 9개를 추가, 역대 최소 23경기 만에 200탈삼진도 돌파했다. 폰세는 내친김에 선발 최다 연승 기록에도 정조준하고 있다. 앞으로 패배 없이 7승만 더하면 정민태의 기록마저 넘어설 수 있다. 박철순의 22연승과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 ‘기록의 사나이’ 폰세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