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적이 없다”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어제 담화는 우리 군 당국의 엿새 전 발표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합참은 지난 9일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밝혔었다. 합참의 발표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따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흘 전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대북확성기를 철거하고 있고, 북쪽에서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며 “상호적인 조치를 통해 남북 간에 대화와 소통이 조금씩 열려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며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부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합참은 북한이 하지도 않은 확성기 철거를 마치 확인한 것처럼 발표하는 호들갑을 떤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일련의 유화적인 조치에 대해 “허망한 개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대남확성기 40대 중 2대를 한때 철거했으나 이중 1대는 바로 되돌려 놓았다. 철거 의도도 불분명하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감안하면 대남 방송을 중단하기 위한 ‘철거’가 아니라 수리나 유지 보수를 위한 ‘점검’일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합참의 발표는 성급했고 잘못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국민들이 착각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우리측 조치에 호응해주기를 바라는 희망회로를 돌리다 보니 확성기 1대가 움직인 것만 보고도 “철거했다”고 오판한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북한의 동향을 침소봉대하거나, 그 의도를 확인하지도 않고 왜곡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