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선의 나라 사랑은 복음 사역뿐

입력 2025-08-16 03:06
경기도 파주 한 야산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남쪽 태극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의 나라 사랑은 오랜 역사를 가진다.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항한 3·1운동이 그랬고 민족대표 33인 중 16명 목사들의 참여가 그랬다. 신사참배를 강요할 땐 옥고와 순교를 불사하면서 항거했다. 돌아보면 모두 개인의 신앙적 결단에 따른 나라 사랑 방식이었지 한국교회 전체가 합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교회의 본래 사명과 나라 사랑 방법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를 일제의 탄압에서 보호하려 했던 당시 선교사들의 정교분리 원칙 또한 영향을 끼쳤다.

광복 이후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분단됐고 북한 공산정권은 일제처럼 종교 자유를 박탈했다. 이 때문에 당시 한국교회 나라 사랑 방식은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6·25전쟁 중 북한교회 지도자들이 대거 남쪽으로 이주했고 이들이 중심이 된 한국교회는 역대 정부들(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반공정책에 따라 북한 정치 이념에 대립하는 방식을 취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대북정책을 전환하면서 한국교회는 북한 선교와 통일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적극 호응했다. 당시 한기총도 북한 돕기에 적극적이었다. 이 기간 한국 보수교회는 북한 동족을 돕는 이웃사랑 실천에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남북 관계는 이념 대립의 시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개성공단은 박근혜정부 때까지 지속했으나 그 수익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중단되고 말았다. 문재인정부는 평화 공존 시대를 다시 여는 듯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대통령의 친북 발언으로 오히려 우리 사회에 남남갈등만 초래했다. 오늘까지 한국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 이념 대립의 극심한 갈등 속에 빠진 모습이다.

그러면 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 가운데서 한국교회의 나라 사랑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합당한 해법을 찾기 위해 필자는 현 정부와 여당 의원들에게서 우선 확인받고 싶은 게 있다. 다름 아닌 헌법 제4조, 제8조 1-2항, 그리고 제20조 1-2항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에 관한 국가 정체성 보존과 지킴에 관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친북 또는 종북 성향과 관련된 온갖 소문이 파다하며 이는 중국과 관련돼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우리 국민과 한국교회 앞에 신뢰할 만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주기를 바란다.

이는 그간 한국교회가 시행해 온 애국 방식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수난을 겪었던 종교 탄압의 경험을 상기하게 하는 빌미가 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종교자유 보장에 관한 헌법 준수 약속을 분명하게 한다면 현 정부와 여당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대한 한국교회의 비판과 저항은 그 명분을 잃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교회의 참된 나라 사랑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거기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교회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본래의 복음 사역에 충실하는 것이다. 둘째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도 그리스도의 복음이 현대인의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지 바르게 전하고 밝히는 일에 전념하는 일이다.

복음은 물질적 풍요 가운데서도 정신적이며 영적인 공허함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 자유(해방)와 사랑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한다.(롬 8:1~2) 또한 갈등과 분열,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이념 대립을 넘어 오히려 사랑으로 품고 민족과 계층을 뛰어넘어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화해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된다.(고후 5:18) 그리스도의 복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한 이 시대에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 안에서 산 소망을 갖게 하며(롬 5:3~5), 전 인류의 절망을 넘어 구원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근거가 된다.

복음은 개인 구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책임을 일깨운다. 모든 기독교인은 그 복음과 진리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하나님 나라 증인의 삶을 사는 자들이 될 것이다.(마 5:13~16) 바라기는 현 정부가 화해와 평화 공존의 대북정책을 다시 펼치게 될 때 한국교회가 연합해 북한 동족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도하여 돌보며, 어떤 정치적 변화가 오더라도 그들 섬기기를 멈추지 않을 때 하나님은 그분의 때가 되어 우리 민족에게 남북통일을 기적같이 선물하시리라 확신한다.(갈 6:9) 이러한 복음 사역의 실천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애국하는 최상의 나라 사랑 방법이 될 것이다.

정일웅 박사 (웨이크신학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