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란 줄기에서 찾아낸 성품의 덕목들

입력 2025-08-15 03:03

예전에 밭에서 참외를 재배해 본 경험이 생각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옆집 어르신이 “참외는 순치기만 잘하면 돼”라는 조언을 건넸다. 순치기는 말 그대로 곁순을 떼어버리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과실이 열릴 때까지 계속된다. 결실을 보는 데 있어 비료도 중요하지만 순치기만 잘해도 된다. 어르신 덕분에 우리 가족은 3년간 참외를 돈 주고 사 먹어본 일이 없었다.

이 책 ‘행복하고 성숙한 삶을 위한 성품사전’(지우)을 읽으며 그때가 떠올랐다. 책에 제시된 각각의 덕목은 단단한 어미 줄기인 성경으로부터 뻗어 나온다. 그렇기에 곁가지가 없다. 오로지 성경 인물이나 이야기, 교리에 의지한 덕목의 줄기이기에 담백하면서도 단단하다.

이들 덕목을 성경에서 끌어 올린 과정 또한 성실하고 끈질기다. 저자의 신념이 느껴졌다. 덕목들은 서로가 어미 줄기에 붙어있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유기적으로도 연결돼 있다. 각자가 거미줄처럼 짜여 하나님의, 하나님에 의한, 하나님을 위한 한 사람의 성품을 빚어간다. 이런 책의 특징을 보며 이 책이 교육적으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대안학교 교사를 하며 학교와 교회에서 아이들 교육과정을 놓고 고민했다. 한 공동체가 추구하는 교육과정이란 모름지기 그곳의 교육철학에 뿌리를 내린다. 이러한 연유로 해당 교육철학과 연결할 수 없으며 그와 상관없는 활동은 교육적이라고 볼 수 없다.

학교와 교회는 어떨까. 부지기수로 열리는 행사에 좋은 건 다 갖다 붙이지만 정작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 맥락 없이 흩어지는 불꽃놀이 같다. 곁순이 많아 일관되지 못하고 잔가지가 많아 과실이 허술하다. 참외 농사 초보자였던 나의 좌충우돌과 다르지 않다. 철학은 언제나 말뿐이다.

책이 담백하고 단단한 이유는 순치기가 잘됐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힘이 있다. 초지일관 성경에서 덕목을 끌어 올린다. 이는 이 책의 교육철학이기도 하다. 각각의 덕목은 서로서로 뒷받침하고 이들 덕목이 실현될 신앙과 일상은 하나로 연결된다. 좋은 교육과정은 이처럼 유기적이다. 학교든, 교회든 교육이란 이름으로 성품을 다룬다면 이 책은 매우 좋은 교재나 1차 자료가 될 수 있다. 일독을 넘어 활용을 권한다.

김병재 연구원 <아신대 교육혁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