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일제 강점기의 비참한 심정을 토해냈던 기독 민족시인 윤동주의 ‘서시’의 일부입니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다”는 울부짖음은 서대문형무소의 차디찬 바닥에서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온갖 수치스러운 고문에도 끝까지 당당했던 유관순 열사의 간절한 절규입니다.
일제의 모진 고문 속에 스물일곱의 나이로 순국한 윤동주 시인, 겨우 열여덟에 생을 마감한 유관순 열사.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 꽃 같은 나이가 안타깝고 제대로 기억해 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그리고 현재 우리의 못난 모습이 부끄러워서.
거창한 구호도 필요 없습니다. 그분들이 되찾아준 이 대한민국에서 참된 우리의 모습만 되찾아도 조금은 덜 부끄럽지 않을까요. 80번째 광복절인 오늘, 그저 공휴일이라 즐기는 날이 아닌 우리의 모습을 깊이 되돌아보는 날이 되길 소망합니다.
김민철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