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장애인이 꿈꾼 ‘통합사회’

입력 2025-08-15 00:08

고전을 연구하는 인문학자인 저자는 장애사를 훑던 중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된다. 조선 후기 기록에 장애가 있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양반인 실학자들과 긴밀한 관계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이후 ‘실학과 장애’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은 장애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장애인은 노역, 군역 등 모든 국역에서 면제할 것을 주장했다. 나아가 장애인도 직업을 갖고 제힘으로 먹고살도록 하되, 중증장애인은 국가가 직접 구제하는 ‘장애인 복지론’을 설파했다. 이용후생파 실학자 홍대용 역시 “사람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쓴다면 천하에 못 쓸 재주가 없다”면서 모든 장애인이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조선 후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통합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면서 “오늘날 경제적 지원에 한정된 장애인 복지 정책을 반성하게 하고 장애 인식 개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한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