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명하고,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장에 이찬진 국정기획위원회 사회제1분과장을 임명 제청함에 따라 금융 당국 투톱 진영이 갖춰졌다. 정통 관료인 이 후보자와 시민단체 변호사 출신인 이 금감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와 은행권의 ‘이자 놀이’ 관행 혁신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후보자는 거시 경제와 재정, 물가, 가계부채 관리 실무 경험을 쌓은 정통 경제 관료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서기관과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다. 2022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연구원에서 초빙 연구위원을 지내며 금융 분야의 식견을 키웠으며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정책 전문가 집단으로 알려진 ‘성장과 통합’에도 몸담았다. 과거 공식 회의에서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보완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최대 금융 현안인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감축을 위한 대출 규제 강화 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임 금감원장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시민단체 활동이 주요 경력이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최근 관심사는 상법 개정과 소액주주 보호다. 2018년에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며 ‘기금위 독립’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 임명 제청 문서에는 ‘금융 소비자 보호와 (자본 시장) 신뢰 회복의 적임자’라고 적혀 있다.
두 사람이 취임 후 맞닥뜨릴 핵심 과제는 가계부채 관리다. 최근 6·27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가 둔화하는 추세지만 이 문제는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경고한 은행권의 ‘이자놀이’ 관행도 정책적으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비생산적인 부문에 편중된 시중 자금을 모험 자본으로 전환해 ‘생산적 금융’을 구현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될 국민 성장 펀드를 통해 경제 구조를 혁신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번 인사가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속도 조절이 될지는 금융권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속도 조절론이 부상했던 데다 개편안 발표가 일단 미뤄진 만큼 금융 당국은 당분간 현 체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재부 출신과 시민 사회 출신의 동시 등용은 금융 정책-금융 감독의 원활한 분리,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 내부의 동요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직원들은 세종시로 강제 이주하는 ‘패잔병’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직원이 되면 민원만 접수하다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