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이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내 고용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베이비 스텝(0.25% 포인트)’을 넘어 ‘빅컷(0.5% 포인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달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6~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 인하할 확률을 94.3%로 반영했다. 한 달 전(57.4%)보다 36.9% 포인트 높아졌다.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5.7%로 집계돼 동결 확률은 0%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다.
미 노동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해 시장 전망치(2.8%)를 소폭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눌러왔지만 반등하지 않은 지표에 시장이 안도했다.
시장 눈높이를 충족한 CPI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동반 상승했다. 12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은 전 거래일보다 1.10% 오른 4만4458.61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13%, 1.39% 상승한 6445.76과 2만1681.90으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13일 코스피도 34.46포인트(1.08%) 오른 3224.37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후 3시 32분 코인마켓캡에서 암호화폐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7.73% 오른 4627.07달러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기록한 전고점(4891달러)에 근접했다.
빅컷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7월 CPI 발표 직후 연준에 0.50% 포인트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초반까지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9월 FOMC 회의 이전에 받아볼 8월 물가 역시 현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연준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 압박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