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금융 사기범으로 변신한 양조위

입력 2025-08-14 01:07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중국 희대의 금융 사기범이 프랑스 파리로 도주한다. 3조원이 넘는 불법자금을 빼돌린 다이이첸(양조위)은 윌리엄 제임스란 이름으로 신분 세탁을 한 채 수사기관을 농락하며 여우처럼 활보한다. 사업가 행세로 재력가에게 접근하고, 그의 개인 변호인을 연인으로 삼아 철저히 이용한다.

완벽해 보이던 다이이첸의 범행은 3인조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특수작전팀 ‘폭스 헌트’의 추적으로 위기를 맞는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의 뒤를 밟아 이들은 이번만큼은 기필코 그를 잡겠다는 사생결단의 일념으로 작전에 나선다.

13일 개봉한 범죄 액션 영화 ‘폭스 헌트’(사진)는 배우 양조위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특유의 젠틀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순간순간 표정에서 피도 눈물도 없을 듯한 냉혹함과 비열함이 묻어난다. 그 존재감이 영화 전반을 지탱하는 힘이다.

‘중경삼림’(1994) ‘화양연화’(2000) ‘무간도’(2002) ‘색, 계’(2007) 등 전작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의 본드걸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올가 쿠릴렌코와의 케미스트리도 눈길을 끈다.

파리 경찰의 협조를 얻기 위해 서사를 쌓는 초반부 전개는 다소 느릿하지만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되면서 점차 속도가 붙는다. 파리 도심을 배경으로 한 차량 추격과 총격전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영화는 실제 중국 경제범죄수사대의 ‘헌터 작전’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경찰의 희생정신을 구태여 강조하는 엔딩은 어쩐지 ‘중국’스럽다. 러닝타임 104분, 15세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