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가해자 중 피해자와 친밀하거나 알던 사이가 8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당수 가해자가 검거되더라도 불구속 상태로 송치돼 피해자가 재차 스토킹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3일 경찰청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집계한 스토킹 피의자 1만2664명 중 전 연인이 4668명(36.9%)으로 가장 많았다. 가족·친인척(10.9%), 이웃(9.3%), 현 애인(6.4%) 등이 뒤를 이으며 피해자와 친밀하거나 생활 동선을 알 만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평소 모르는 사이는 13.6%에 불과했다.
피의자에 대한 구속 송치율은 저조했다. 지난해 스토킹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중 구속 송치된 인원은 386명(3.0%)에 그쳤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31명(3.3%), 352명(3.0%)에 불과했다. 전체 피의자의 97%가 불구속 상태로 송치돼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가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격리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스토킹 살해 사건은 재범 위험이 높은 가해자를 적시에 격리하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 6월 대구 달서구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는 이전에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한 적이 있지만 불구속 상태로 조사받았다. 경기도 의정부시 노인보호센터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도 앞서 세 차례 스토킹 신고를 받았지만 경찰의 잠정조치 신청이 기각된 뒤 불구속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같은 관계성 범죄의 경우 구속영장을 적극 신청하려 하지만 구속 송치는 결국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법원의 구속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2항에 따르면 구속 심사 시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럼 관계성 범죄의 경우 이 ‘위해 우려’ 요소를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스토킹은 관계 안에서 반복될 수 있는 특수한 범죄인 만큼 구속 여부 판단 시 피해자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실효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2차 피해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