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교학점제 핵심 요소로 도입한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보장 지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장 지도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학교가 책임지고 지도하는 정책인데, 교사 반발로 뒤로 물리는 것이다.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공교육 국가책임 강화’ 기조와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학점 이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1학년 때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2, 3학년 때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하지 못한다. 학점 이수 조건은 출석 3분의 2, 학업 성취도 40%로 설정돼 있다.
과거와 달리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학점을 따지 못하고 졸업도 어렵게 된다. 이에 교육부는 학점 미달자 속출 사태를 막기 위해 학교에 보장 지도 의무를 부과했다. 교사가 대면 지도하거나, 과제를 주고, 온라인 콘텐츠 등을 수강토록 해 학점 이수를 돕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시행 1학기 만에 보장 지도를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교사들이 보장 지도 때문에 업무량이 폭증했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입장에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학습 의지가 부족한 학생은 일반 학생보다 손이 많이 간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학습 결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부터 누적된 결과인데 고교 교사들에게 갑자기 너무 큰 부담을 지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교사들의 수업량 일부를 줄여주기는 했으나 이 정도로는 보장 지도로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를 늘리거나 다른 행정업무를 줄여주거나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교원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보장 지도를 없애는 대신 출석 기준만 충족하면 학업 성취도와 무관하게 학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책상에 엎드려 자도 출석만 하면 졸업장을 따는 것인데, 사실상 고교학점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과 소통하며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출석률로만 학점을 주는 방안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공교육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등은 “학점 이수 기준과 보장 지도는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을 위한 국가 책임 교육의 핵심”이라며 “학교와 교사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폐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