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금담보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서만 900억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직전 6월 대비 3분의 1까지 감소하는 등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 탓으로 풀이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담대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6조1402억원으로 지난달 말 6조504억원보다 약 897억원 늘었다. 약 10일 만에 지난달 전체 증가분(480억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 증가했다.
예담대는 예·적금이나 청약통장에 예치한 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은행권에서는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예담대로 눈을 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적용 대상에 예담대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수요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융 기관의 대출 태도 강화가 이어지면서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7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개월 사이 2조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 6월의 6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주담대가 4조1000억원 증가해 6월의 6조1000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잦아들었다. 6월 잔액이 7000억원 늘었던 신용대출은 아예 감소세로 전환해 지난달에만 1조1000억원이 줄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에서도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한 달간 2조8000억원 증가해 지난 6월(6조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서울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여전히 굉장히 높은 수준이고 금융 여건 완화 기대나 지역 간 풍선 효과 같은 가계대출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어 조금 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