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칼날이 키우는 내홍… 국힘, 전대 외면 의원 속출

입력 2025-08-14 00:03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을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윤웅 기자

국민의힘을 겨눈 특검 칼날에 당내 자중지란이 깊어지고 있다. 계파 구심점도, 뚜렷한 1강 후보도 없는 상태로 치러지는 8·22 전당대회에 대해선 의원들의 냉담한 반응마저 감지된다. 전대 목전에 이뤄진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반탄(탄핵 반대)파 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3일 대전에서 충청·호남 합동연설회를 개최했지만 탄핵 찬반으로 극심하게 분열되면서 외면하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후보들도 당원들도 너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에 실망스러워 중간에 나와버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실 최고위원 후보는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희미해진 옛 계파 구도도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친한계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불출마 후 특정 후보에게 결집하지 않고 있고, 친윤계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장으로 중심이 없어진 상황이다. 복수의 의원들은 “이전과 다르게 특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거나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다들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을 직접 겨냥한 특검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찬탄과 반탄 진영 사이 불신도 커지고 있다. 내란 특검팀은 계엄 선포 전후인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국민의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메시지 내역이 삭제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인데, 당 지도부 등 주류는 찬탄 측 의원들 진술에 기반한 수사로 의심하고 있다.

거세지는 특검 수사는 반탄 측 지지층만 결집시키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이 이날 합동연설회 3시간여 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용팔이 깡패짓” “빈집털이범” 등의 격앙된 반응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특검은 ‘통일교 무더기 입당’ 의혹과 관련해 당원명부를 요구했는데, 국민의힘은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연설회를 마치고 중앙당사로 이동해 특검 수사를 규탄했다.

5선 중진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과 특검의 내란몰이 정치탄압에 들러리 서거나 보수 궤멸 시나리오에 실크로드를 깔아주는 어리석은 짓으로 정치 숙청의 공범이 돼선 안 된다”며 “조경태, 김예지 의원은 건너지 말았어야 할 그 강을 건넜으니 통탄할 일”이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두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찬탄 측을 겨냥해 “여러분이 손가락질하는 전한길 선생은 그 겨울 우리 당을 지키자고 했던 사람”이라며 “이제 와서 나가라고 외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원들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특검에 무도하게 짓밟히고 있는데 국민의힘과 동지들을 팔아넘기는 것,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정우진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