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조성현 PD가 후속작 ‘나는 생존자다’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JMS(기독교복음선교회), 부산 형제복지원, 지존파 연쇄살인, 삼풍백화점 붕괴 등 우리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생존자의 목소리로 기록한 8부작 다큐멘터리다.
조 PD는 1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에서 “지옥에서 살아남아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증언하는 분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제목부터 ‘나는 생존자다’로 정하고 제작했다”고 말했다.
조 PD는 2년 전 ‘나는 신이다’를 통해 JMS 정명석씨의 여신도 대상 성범죄 등 사이비 종교 집단의 민낯을 고발했다. 특히 홍콩 국적의 메이플씨는 얼굴을 공개하고 성범죄 피해를 고백했고, 방송 이후 그의 증언에 용기를 얻은 또 다른 피해자들이 정씨를 고소하는 데 동참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정씨에게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냉담했다. 조 PD는 “메이플은 세뇌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나님이라 믿었던 인물과 싸워 이긴 대단한 사람”이라며 “인터넷에서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그런 일을 당했겠냐’는 반응을 보면서 너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은 2년에 걸쳐 제작됐다. 생존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 PD는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아들은 가족 중 처음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분이었는데도 섭외에만 1년이 걸렸다”며 “모든 분이 긴 설득 끝에 참여해줬고, 이유는 오직 하나,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위협도 있었다. 조 PD는 “흥신소 대표로부터 ‘당신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받았고, 집 주소도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아내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신변 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다른 엄마들은 놀이터에서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하는데, 나는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접근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었다”며 “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아빠가 한 일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PD는 제작 포기를 고민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분은 ‘제 아들이 제가 겪은 일을 알게 되는 게 두렵다’고 하면서도 증언해줬다. 사회적 참상을 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셨기 때문”이라며 “저와 저희 팀을 믿고 카메라 앞에 나서준 많은 분들 덕분에 단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생존자다’는 오는 15일 오후 4시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방영을 앞두고 JMS 전 신도 이모씨와 JMS 성도연합회가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에서 열린 첫 심문에서 JMS 측은 “제작진이 거짓 의혹으로 신도와 교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 PD는 “대한민국 법원이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해주리라 믿는다”며 “단순히 과거에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도 계속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리즈가 끝났을 때, 우리가 무엇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