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도쿄를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보다 방일을 먼저 한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13일 이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일본을 공식 실무방문하고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등 공식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일 정상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그리고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셔틀외교를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면서 “이번 방일을 통해 양 정상 간 개인적인 유대 및 신뢰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한·미·일 3국 공조 강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번 방일은 한·미·일 공조를 미국에 확신시키는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도 바로 한국과 미국, 일본의 흔들림 없는 확실한 공조 체계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안보·통상 담판을 앞둔 이 대통령이 방일을 통해 미측이 원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먼저 했던 이시바 총리에게 ‘협상 팁’도 전수받을 전망이다. 당시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간결한 대화 방식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까지 미리 학습하고 정상회담에 임했다고 한다.
양국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의 관세 폭탄에 공동대응하는 방식이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한·일 경제 협력 모델이 태동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 왔다. 취임 직후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이시바 총리와 먼저 통화했다. 지난 6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이시바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으로 표현하며 강한 관계 발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일본의 로비로 일제 강제동원 현장인 ‘군함도’를 유네스코에서 공식 논의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무산된 점을 비롯한 역사 문제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문제 등 다소 불편한 주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의 방미·방일 일정이 모두 확정됨에 따라 대통령실은 그간 검토해 온 대미·대일 특사단은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최승욱 이동환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